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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역사

법실증주의(legal positivism)

법실증주의(legal positivism)란 실존하는 법, 즉 사회의 약속에 의해 법으로서 규정, 제정된 어떠한 종류의 법이든 실체로 현존하는 법만을 법으로 인정하는 사상을 말한다. 이는 법률실증주의()라고도 하며 근대국가가 본격적으로 확립되기 시작한 19세기 무렵 근대법률의 체계가 재정비되며 그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한 법실증주의는 그 내용과 해석에 있어 오로지 어떤 요소(윤리, 사회, 정치 등)라도 배제하고 법 그 자체만 형식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또한 이는 경험적인 것에 비추어 초월적 일체, 형이상학적인 것을 부정하는 실증주의가 법에서 나타났다고 보면 쉽다. 그러므로 이는 자연법론 류의 사상과는 상반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연법론자들이 말하는 자연법이 초월적 영역으로 실정법 위에 존재한다고 봄에 비해 실정법론자들은 자연법의 존재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이에 크게 대비된다고 볼 수 있다. 현존하는 법에 입각하므로 실정법 체계에 있어 무결함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삼으며 이에 판결을 내리는 법관 내지 판사의 주관에 입각한 판단을 배제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 19세기 근대시민사회의 발전과 함께 대두된 법실증주의는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 근대 법의 재정비, 제도의 근대화 등과 함께 등장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실정법에 어떻게 다가가고 분석되어질 것인가에 대해 심층적 연구가 이뤄지면서 다양한 견해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이때 다양한 연구 등이 나타나며 진전되기 시작하였다. 대륙법체계를 정립했다고 인정받는 독일에서 일반법학을 비롯한 개념법학 그리고 순수법학 등이 생겨났고, 영국의 법주권자명령설로 유명한 제레미 벤담, 존 오스틴의 공리주의법학과 분석법학이 있다. 또한 북유럽으로 돌아보면 리얼리즘에 입각한 리얼리즘법학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법실증주의는 비판을 면치 못하기도 하는데, 로날드 듀오킨(Ronald Dworkin)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법실증주의는 법을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중의 하나로 보며 전체 사회 속에서의 관련 작용에 의해 본질이라든지 기능적인 부분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려했다는 점에서 비난 받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와 함께 법체계적인 측면에서 각각 다른 사회요소들과 독립하여 새로운 독립적 체계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반대해 법사회학, 법현실주의가 나타났다. 또한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법실증주의는 법을 최고의 수단이자 실리, 방법으로 보기때문에 법이라는 형식적인 요소만 충족시키게 되면 흠결이 없는 한, 내용적으로 어떠한 악법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는 실질적인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은 법이 흘러넘치게 되는 이른바 형식적 법치주의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악법도 법이다 라는 법언과 같이 법의 탈을 쓰고 불법이 판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이는 근대 세계대전을 거치며 인권유린의 수단으로서 작용하기도 하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인간의 천부인권적 기본권리와 그 존엄성 그리고 그에대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기존 근대 최고로 작용했던 실정법 질서에서 자연법 질서로 연구와 관심이 옮겨지게 되었다.